.. 그간의 메모 몇 개, 일상소묘(日常小妙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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출산 이후, 이 주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.
그저 푹 쉬면서 쉬엄 쉬엄 아기를 보며 기력을 보충하겠거니, 막연히 생각했던 산후 조리원에서의 생활은
내 예상의 범주를 크게 벗어났다. 실상은 '육아'라는 전쟁에 투입되기에 앞서,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되는
산모들을 위한 '모유 사관 학교(?)'라고나 할까. 

 그 작은 폐쇄된 공간에서, 나를 비롯한 열 댓명의 산모들은 하루 세 때 끼니가 되면 묵묵히 밥을 밀어넣고, 
신생아 실에서 호출이 오면 한밤중에 머리를 감다가도 뛰쳐나가 수유하고, 기저귀를 갈고,
젖몸살이며 각종 돌발사태에 대한 대처법을 배울 수 있었다.
 (대처법에는 물론, 압도적으로 부족해진 수면으로 인한 피로를 감내하면서 아기 돌보기도 포함되어 있음)

첫 주엔 이런 저런 이유로 혼자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고, 대부분은 잠에 취해 지냈고, 식욕이 없어서 쌀밥에는 거의
손을 대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의무처럼 미역국을 두 접시씩 마셨고 (모유량을 늘리기 위해), 하루에도 수 차례
수유할 때마다 울어대는 갓난 아기를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.. 서서히, 아주 조금씩 익숙해 질 수 있었다.
내 뱃 속에서 세상의 빛을 본 아이에게, 그리고 엄마라는 의무를 짊어진 새로운 나 자신에게도.

손가락을 움직일 여력이 날 때마다 폰의 메모장에 기록을 남겨두었다. 
이 주가 넘는 시간 동안 기록된 메모는 단 네 개. (너무 지쳐서 더 이상의 기록은 무리였다.)
이제 생후 이십일이 된 몽이는 울음 소리가 커졌고, 조금씩 옹알이를 시작하였으며 체중도 4kg를 넘어섰다.
포동 포동 살이 오르고 태지가 말끔히 떨어져 제법 매끈한 영아 티가 난다.
그에 비례해 내 손목이며 허리가 시큰시큰 쑤시기 시작했다.  단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.... 참 빨리도 자라는 듯.  
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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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012. 01. 31
 
 몽이 태어난 지 나흘째. 
 모든 게 조심스럽다. 아기는 너무나 작고 갸냘퍼서, 잘못 안으면 이리저리 푹 꺾여버리는 목도,
 속싸개 아래로 빼꼼히 내민 작은 발바닥도, 아직 태지가 덕지 덕지 말라 붙어있는 입가며 어깨도..
 젖을 거부하려 안간힘을 쓰면서 울어대는 아기는 날 서럽고 당혹스럽게 만든다.
 힘겹게 젖을 빨면서도 흐느끼는 아기.. 배가 고파 입술을 사방에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인 모습.
 오늘도, 눈물을 흘리게 된다.



- 2012. 02. 04
 
 몽이 태어난 지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난 토요일.
 이젠 모유를 거부하지 않고 곧잘 먹어주는 아기가 고맙다. 100% 모유로만 충당하기엔 아직 많이
 부족하지만, 그래도 최소한 초유를 직접 먹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. 
 
얼굴이며 몸에 달라붙은 태지도 전보다는 많이 양호해 졌지만, 태지 없이 뽀오얀 다른 아기들을 보면
 어쩔 수 없이 속상해지는 마음. 그래도 물려주는 대로 새끼새처럼 답싹 답싹 받아먹는 몽이가 이따금
 해사한 미소 비슷한 걸 지어보일 때 마다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.
 
 이젠 시선을 곧잘 맞추고, 이따금 영문을 알 수 없는 옹알이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나를 찾는 아기.
 비록 잠이 부족해 피로가 누적되었지만.. 아무래도 괜찮아. 탈없이 아프지만 말고 잘 자라주었으면.



- 2012. 02. 05
 
  몽이 태어난 지 구일째. 그리고 산후조리원 입소 후 일주일이 지났다.
  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넉다운 상태. 입맛이 완전히 사라지고 진땀이 흐르고 기진맥진하여
  그저 아무데나 드러눕고만 싶다. 

  어젯밤에는, 서늘하고 어두컴컴한 굴 속에 드러누워 영원히 눈을 감아버렸음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.
  새벽 세 시, 그리고 여섯시 경에 신생아 실에서 수유콜이 왔는데, 드디어 완전히 뻗어버린 건 다음날 오전 열 한시 경. 
  점심식사를 하러 걸어갈 기운도 여력도 없어서 침대에 그저 누워있었다. 찾아오는 엄마 없이 배가 고플 아기 생각에 
  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지만, 정말 어찌할 수 없어서 간호사에게 분유 보충을 부탁해야 했다. 
  내 의지와는 상관없이, 나이와 체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하는 상황.



- 2012. 02. 15
  
  몽이 태어난 지 십 구일 째. 그리고 산후조리원 퇴소 후 집에서 홀로 신생아 돌보기를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났다.
  첫날 새벽은 한시간, 삼십 분 단위로 울어대는 아기 수유하랴, 기저귀 갈랴, 분유 타오랴, 배설물이 새어나온
  속싸개며 배냇저고리를 빠느라 기절할 정도로 힘들고 피곤했었는데, 그 새 며칠이 지났다고 아기 수유패턴에 따라
  수면 시간을 맞춰가기가 한결 수월해진 느낌. (그래봐야 한 두 시간 단위로 쪽잠을 자 가면서 기력을 보충하는 수준이지만)
  다만 아기 목욕시키기는 아직 요령이 더 필요하다. 모유량도 그나마 좀 늘어난 듯.
  그렇더라도 새벽녘, 꼬박 단잠에 빠져들었다가 아기 울음소리에 부스스 일어나야 하는 건 여전히 고역.  
 

.. 사흘간의 기록, 메모 세 개 허상虛狀 크로키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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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012년 1월 27일 새벽 5시 28분.
몽이가 태어났다. 3.28 kg.
산고는 당연히 고통스러웠다, 내가 짐작했던 것 보다 훨씬 더.

- 2012. 01. 29. 오전 5:27
몽이 태어난 지 이틀째, 병실에서의 마지막 아침. 오후에는 산후조리원 입소 예정.
간밤에는 통 잠을 자지 못했다. 설핏 잠들었다가, 귀신인지 뭔지에게 호되게 가위눌려 깨어난 새벽 세 시 반경 이후로
계속 가슴 마사지를 하는 중. 간혹 한 방울씩 나오던 맑은 액체가 차츰 뿌얘지면서, 신기하게도 두 방울.. 또 세 방울로 늘어간다.
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엔, 빈 가슴만 빨아야 하는 아기가 너무 안쓰럽다.
모유를 실컷 먹여줘야 건강하겠지.. 울음소리가 애달픈, 아직 너무 작은 우리 아기.

- 2012. 01. 30. 오전 3:56
산후조리원 입소 후 홀로 보내는 새벽. 이상하다.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.
별다른 이유없이 가슴이 미어지는데, 낯선 환경에 덩그마니 홀로 남겨진, 고아가 된 듯한 외로움..
신생아들 중에서도 유난히 울음소리가 작고 가냘픈 몽이. 에엥~ 힘없이 딱 한 마디 울던 녀석이
배고픔을 참지 못해 새벽녘엔 결국 얼굴이 파래지면서 분유를 더 달라고 보채었다.
아직 다른 산모들처럼 모유를 충분히 주지 못하는 초짜 엄마는 허둥지둥. 기저귀 가는 방법도 몰라 또 허둥지둥.
아기 피부가 많이 건조한 편이라는 간호사 얘기에 사색이 되었다.
임신했을 때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건가.. 다 내 잘못만 같아서, 미안함에 가슴이 한 가득 미어지는 듯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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